아침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슬내린 풀 섶 헤치며
내 손길 기다리는 작물 돌아보는데
저편 한 구석 서있는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낮 설지만 정겨운 풍경.
밤송이다.
한달음에 달려가 올려보니 세상에.
한가위가 한 달 반이나 남았는데 밤이 벌써 여물어 벌어졌다.
저들은 계절을 어찌 저리도 잘 알까?
한참을 올려보다 고개 아파 발길 돌리다 보니
봄 파릇한 새순 삼겹살에 얹어 맛나게 먹던
오가피나무 끝에도 골프공 만하게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 모양이 참 오묘하다.
마치 폭죽 터지는 모습 같다.
미안한 일이지만 추운 겨울 언 땅 뚫고 나온 어린 순부터
잘라 먹기 시작해 한여름 상큼한 오이소박이며
부추전과 부추김치용으로 요긴하게 잘라 먹은
부추도 자손 번성을 위헤 하얀 꽃을 피우고
진한 향을 뿜어내며 벌 나비를 유혹하며 서 있다.
2년 전에 야생에서 채취해 약재로 쓰려고 파종한 익모초가
한 밭 났기에 올 봄 직원 시켜 익모초 알려주고
잡초 뽑으라고 시켰더니 반대로 쓸데없는 망초만 남기고
그 많던 익모초 다 뽑고 겨우 두 포기 남은 것 “스톱!” 외쳐
옮겨 심어 꽃 피운 것이다.
약은 고사하고 씨나 제대로 받으면 대성공이다.
가끔씩 돌아보며 관심 준다하지만
대부분 잊고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데도
저절로 잘도 자란다.
자연에서 배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나는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 지난 계절을 반추하고
가을을 맛본다.
~ 좋은 글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