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듀크대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잠을 잘 못 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심장 질환이나 당뇨병 등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한다. 200여 명의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의 경우에만 심장 질환이나 당뇨병과 관련된 혈액 내 지표가 상승해 발병의 가능성이 높았다. 남성들은 수면 장애를 겪는 경우라도 심장 질환이나 당뇨병을 유발하는 위험 인자가 높은 수준을 보이지 않았다. 잠을 잘 못 자는 남성들을 분석해 보니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토스테론은 단백질 수준을 줄여 심장 손상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남성 호르몬. 연구진은 테스토스테론이 수면에 장애를 줄 가능성이 있는 반면 심장 질환이나 당뇨병을 일으키는 위험 요소를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지 않는 여성이 남성보다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민감한 여자들에게 수면 부족이 일으키는 것들
다른 이유는 여자가 남자보다 잠을 잘 못 이루기 때문. 잠이 오지 않거나 잠에서 자주 깨는 등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들 중에는 여자가 남자보다 3배 이상 많다. 실제로 강남의 한 유명 클리닉에서는 한 달에 60명이 넘는 여자들이 불면증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을 정도. 잠이 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트립토판, 세로토닌 등 신경세포 전달 물질의 양이 달라져 심장 질환 및 당뇨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생리 주기와 함께 여성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서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들이 불면 증상을 보이는 이유는 심리적으로 예민하기 때문이다.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를 밖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안으로 감추고 삭이는 경우가 많고, 그런 성향이 잠들기 전에 스트레스가 되는 사건들을 되씹어 보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 무엇보다 여성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자체가 남성보다 크다. 스트레스 상황 아래에서 남성은 이성적인 판단에 관여하는 전전두피질에 혈액 순환이 증가한 반면 여성은 감정과 연관된 뇌 영역이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상황이 끝난 후에도 뇌의 활성이 오래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이때 과도하게 분비된 스트레스 호르몬이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쉽게 잠들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넘치면 심장의 활동과 인슐린 분비에 장애를 주어 심장 질환이나 당뇨병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수면 부족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으려면 이상적인 수면 시간인 7~8시간은 지키고, 성장 호르몬이 집중적으로 분비되는 밤 12시~새벽 2시에는 잠들어 있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8시간 이상 자는 경우에는 다른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잠자는 동안 코를 골다가 숨을 쉬지 않는 수면 무호흡증이 있으면, 단위 시간당 수면의 질이 떨어져 몸이 더 많은 수면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 ‘얼마나 오래 잠을 자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충실하게 자느냐’ 하는 수면의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기획 강은영 | 포토그래퍼 조병각 | 여성중앙

Tip 건강을 지키는 숙면 요령
1 자신만의 입면의식을 만들자
정해진 시간에 잔잔한 음악을 틀고, 잠자리에 들기 30분 전에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편안한 잠옷을 마련해 놓고 갈아입으면서 이제는 잠잘 시간이 됐다는 자기 암시를 한다.


2 밤늦도록 잠이 오지 않으면 침대에서 일어나라
침실 외의 다른 곳에서 조명을 어둡게 하고 책을 읽거나, 조용한 음악을 듣다가 졸리면 침대에 눕는다. ‘자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억지로 누워 있으면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진다.


3 낮잠 대신 햇빛을 쬐며 산책을 한다
5분 동안의 산책은 커피 2잔의 각성 효과가 있어 졸음을 쫓을 수 있다. 햇빛을 듬뿍 받으면 멜라토닌이 억제되었다가, 밤에 충분한 농도로 일시에 분비되어 깊은 잠에 빠지게 한다.


4 바나나, 우유, 크래커 등을 먹는다
이들 식품에는 천연 수면제인 트립토판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숙면에 도움을 준다. 이 밖에 참치, 버터, 땅콩 등도 저녁 식사 때 먹으면 좋다. 단, 토마토, 콜릿, 치즈, 포도주 등은 피할 것

기획 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