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떠나요

온천..아산

민들레@ 2009. 11. 22. 15:54

아산은 한때 신혼여행과 수학여행의 도시였다. 30여 년 전만 해도 삽교천현충사를 둘러보고 온양온천에서 목욕하는 것이 아산을 여행하는 단골코스였다. 하지만 관광버스가 늘수록 아산은 ‘스쳐 지나가는 도시’로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었다. 최근 아산은 온천과 문화탐방을 겸할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호젓한 봉곡사 숲길과 수려한 정원 피나클랜드, ‘꽃 천국’ 세계꽃식물원, 외암민속마을, 신정호관광지 등 볼거리가 널려 있다.

 

 

 

세상 근심을 잊고 호젓한 산길을 걷다

봉곡사(鳳谷寺)로 향하는 길에 섰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소나무 숲길이 열려 있다. 수령 200년은 훌쩍 넘었을 큼직한 소나무들이 뿜어내는 정갈한 기운이 마음까지 맑게 헹구어낸다. 언덕 가득 솟아 있는 소나무 껍질의 무늬와 빛깔이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숲길은 오른쪽에 조그마한 골짜기를 거느리고 있다. 물소리를 귀에 담고 솔 향을 맡으며 느릿느릿 걷는다. 한걸음 뗄 적마다 세상 근심을 잊는 기분이다. 간혹 차로 이 길을 오르는 이들이 있다. 새소리와 벗하고 걷는 느림의 미학과 실바람의 시원함을 모르니 아쉽다. 400여 미터 소나무 숲길 끝자락에는 대나무 숲에 기대앉은 봉곡사가 있다. 대웅전 하나에 산신각, 고방이 고작이지만 도선국사의 창건설화와 만공 스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계절 따라 색의 마술을 보이는 가로수 길

아산시내 충무교에서 현충사로 넘어가면 은행나무가 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1.2㎞에 이르는 이 나무터널은 전국에서 가장 긴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다. 수령이 4050년은 된 은행나무 750여 그루가 곡교천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1973년 현충사 성역화 공사 때 주민들이 심은 은행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왕복 2차선 도로를 뒤덮었다. 은행나무가 이만큼 성장하게 된 데는 온양 학생들의 공이 컸다. 온양아산향토사연구소 박노을 소장은 “은행나무가 별 탈 없이 자란 것은 당시 은행나무와 온양 학생들의 결연을 통해 애지중지 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숲이 하늘이고 하늘이 숲이다. 황홀한 이 길을 제대로 보려면 차량이 뜸한 새벽이 좋다. 시공을 뛰어넘어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연둣빛 은행잎이 가득하다.

 

이 길은 사계절 언제든지 찾아도 좋다. 봄이면 곡교천 둔치를 따라 샛노란 유채꽃 군락이 끝없이 펼쳐진다. 노란 은행나무가 절정을 이루는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겨울의 설경은 묵향이 그윽한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지난 2000년과 2001년 연속으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선정됐다. 은행나무 길에는 자동차를 세울 만한 곳이 없다. 곡교천 반대 방향으로 두세 곳 옆길이 있다. 여기에 차를 세우고 걷는 게 좋다. 다만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다니는 구간이라 안전에 조심해야 한다.

 

 

영화감독과 프로듀서가 ‘찜’한 아름다운 성당

평택에서 아산만방조제를 건너 차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히는 공세리 성당이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고스트 맘마>, 드라마 <모래시계><불새> 등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를 꼽으라면 두 손도 부족할 지경이다. 성당은 마을 옆, 언덕마루에 앉아 있다. 거대한 팽나무 가지로 감싸인 채 전면 중앙부에 높은 종탑을 세운 고딕식 절충 양식의 성당이다. 구조는 붉은 벽돌, 장식용으로 회색 벽돌을 사용했다. 붉은 벽돌과 뾰족한 지붕이 어우러져 유럽의 성당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성당 주위에는 유구한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300년 이상 된 보호수가 일곱 그루나 있다.

 

성당은 1922년 드비스 프랑스 선교사가 중국인 기술자를 데려와 지었다. 성당 터는 조선시대 충청, 전라, 경상도 일대에서 거둔 쌀을 쌓아두었던 공세창고가 있던 자리. 공세리라는 지명도 여기에서 왔다. 천주교인들에게 이 성당은 순교성지이다. 천주교가 박해를 받던 조선 말기, 이 성당 출신 신자 28명이 순교했다. 이중 박의서, 원서, 익서 3형제 순교자의 묘가 지금도 남아 있다. 성당 안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하는 과정을 14개의 조각상으로 만든 ‘십자가의 길’이 있다.

 

 

가족 나들이 정원, 피나클랜드

성당을 나와 온양온천 방향으로 5분쯤 가면 물과 빛, 바람을 테마로 한 피나클랜드에 닿는다. 아산만방조제 공사 때 까부숴진 석산의 초라한 몰골을 10여 년간 가꾸어 예쁜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아기자기한 정원과 산책로, 넓은 잔디광장, 친근한 동식물 등. 가족과 연인 나들이에 좋다. 매표소에서 느티나무 광장과 은행나무 길을 지나면 꽃으로 장식된 써클가든과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다. 써클가든 중앙에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귀에 소라껍질을 갖다대고 있는 모자 쓴 꼬마 동상이 있다. 동상 주위는 다섯 개의 하얀 기둥이 호위하듯 서 있다. 팔자형의 구불구불한 라일락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산 중턱에 ‘태양의 인사’가 있다. 일본의 유명 미술가인 신구 스스무의 작품으로 거대한 은색 바람개비가 바람의 강약에 맞춰 날렵하게 춤을 춘다.

 

윈드밀가든과 물의 정원을 지나 산꼭대기에 이르면 ‘진경산수’라는 정원이 펼쳐진다. 채석을 하던 자리에 인공폭포를 만들고 그 아래 자그마한 연못과 이끼공원을 조성했다. 연못에는 잉어가 노닌다. 파란색이 들 것 같은 하늘을 배경으로 물방울을 흩뿌리며 쏟아지는 폭포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 옆 전망대에서는 아산만방조제와 서해대교가 손에 잡힐 듯하다. 거제의 외도처럼 개인이 세운 곳으로, 입장료(성인 기준 5000, 오후 5 이후 입장객은 50% 할인)가 있다.

 

 

 

 

소박하고 평화로운 고향의 멋에 빠지다

외암민속마을은 아산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8㎞ 떨어진 설화산 동남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이 마을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400여 년 전 예안이씨 일가가 정착하면서 집성촌을 이루었다고 한다. 성리학의 대학자인 외암 이간(李柬)선생의 출신 마을이며, 근래에는 추사 김정희가 첫 부인과 사별하고 22살에 재혼한 예안이씨(이간의 현손녀)의 처가마을로도 이름을 알리게 됐다.

 

마을은 전형적인 반가의 고택과 초가가 잔재하며 돌담으로 감싸인 한국 고유의 옛 모습이다. 드라마 <영웅시대><옥이이모><찬란한 여명><덕이> 등이, 영화로는 <취화선><태극기 휘날리며>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내를 가로질러 놓인 다리를 건너면 왼쪽에 소나무 숲과 아담한 정자가 있다. 그 앞에는 물레방아가 하얀 포말을 튕겨 시원함을 더한다. 무엇보다도 나지막한 돌담장이 인상적이다. 마을 전체가 커다란 돌담에 둘러싸인 느낌이다. 집집이 쌓인 돌담 길이를 합하면 6000m나 된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한 가지 아쉬운 점은 건재고택, 송화댁, 참판댁, 교수댁의 문이 닫혀 있다는 점이다. 사생활 보호라는 측면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입장료(2000)를 내고 탐방하러 온 관광객은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 한다. , 일요일에는 오전과 오후에 한번씩 개방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행안부 지정 ‘정원 100선’에 선정된 건재고택만은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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