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떠나요

남해 해바리마을 .

민들레@ 2009. 9. 15. 22:16

자연과 함께…체험마을 탐방 <2> 남해 해바리마을
남몰래 횃불 들고 속살같은 개펄로…
바닷물이 빠지면 신천지 펼쳐지네

 
  체험객이 뜸한 요즘같은 겨울철에는 마을 아낙들이 갯벌에 나가 굴이나 조개 등을 수확한다.



전통 어로행위의 하나인 '홰바리'는 밤에 이뤄진다. 한밤중에 횃불을 들고 물이 빠져나간 개펄에 나가 불빛을 보고 은신처 밖으로 나오는 낙지와 게 등을 잡거나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것이다.

바다 밑이 속살을 내보였으니 반갑고, 횡재하듯 바다 생물을 손으로 잡을 수 있으니 그 기분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추운 날씨 탓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겠지만 의지만 있다면 '추억 만들기'로 그만이다.


바리 체험은 저녁을 먹고도 한참 뒤에 시작된다. 밤 10시쯤 해안가에 모여 모닥불을 피워놓고 물때를 기다린다. 이때 모닥불에 낮에 잡은 조개나 고구마 감자 등을 구워 먹는 것도 별미다. 그러다가 바닷물이 완전히 빠지면 횃불을 들고 개펄로 나간다. 신천지가 펼쳐지는 것이다. 경남 남해에 홰바리로 유명한 체험마을이 있다. 남해군 창선면 신흥마을, 해바리마을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해바리는 해변(해)과 바다(바)가 있는 마을(리)을 의미한다. 행정지명은 신흥마을이지만 해바리마을로 불리는 건 홰바리 체험의 유명세 때문이다.

 
  홰바리 체험을 하는 한 가족이 한밤중에 횃불을 보고 은신처에서 나온 낙지를 잡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해고속도로 순천 방면 사천IC에서 빠져나와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면 남해군 창선면 단항마을 입구인 단항사거리 신호등이 나온다. 이곳에서 곧장 우회전하면 강진만을 끼고 12㎞를 10분가량 달려 해바리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2차로 외길이기 때문에 마을 표지석만 놓치지 않는다면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단항사거리 신호등에서 지족 방향으로 직진하면 창선면 소재지를 우회해 이 마을로 갈 수 있다. 거리와 소요시간은 비슷하지만 남해읍이나 상주 방향으로 운행하는 차량이 많아 복잡한 편이다. 이 길을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은 창선면과 삼동면을 잇는 창선교를 건너지 않고 다리 입구의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강진만을 낀 이곳은 어업과 양식업이 주를 이루지만 겨울에는 시금치, 여름에는 밭작물 농사로 생계를 꾸려가는 마을이다. 특히 유자는 남해군 한해 생산량 600t의 30%인 180t이 이곳에서 출하될 정도로 재배량이 많다. 이처럼 조용한 어촌마을이 거듭난 것은 지난 2004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된 이후다. '홰바리'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지난 한해 동안 7000명이 몰려들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체험비와 민박료, 특산물 판매액 등 매출액도 연간 2억7000만 원을 웃돌고 있다.

이 마을 체험 프로그램은 홰바리 뿐만 아니다. 이맘때면 굴과 조개 캐기가 한창이다. 멀리서 강진만을 내려다보는 것과 달리 바로 앞에서 바라보는 맛도 남다르다. 이와 함께 유자를 이용한 비누 만들기, 유자 수확하기, 마늘 파종이나 쫑 뽑기, 농사 체험, 선상 낚시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모든 체험활동에 마을 주민들이 안내자 역할을 한다. 주민들은 참가자들의 도우미 역할은 물론 때로는 이야기 상대가 되기도 하고 조개를 제대로 캐지 못하는 가족들에게는 체면치레라도 할 수 있도록 슬쩍 캐 주기도 한다.

 
올해는 마실가기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민박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손전등도 없이 깜깜한 논밭길을 걷는 이색 체험이다. 미리 숨어있던 주민들이 갑자기 나타나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는 이벤트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마을 전체 90가구 가운데 25가구가 민박을 제공하고 있으며 부녀회는 식사를 담당한다. 주민들은 또 유자와 수산물 등을 싼값에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해바리마을 운영위원회 사무국장 양명용(50) 씨는 "도시인들이 갯내를 맡으며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체험비는 어른 1명(1박3식 기준) 4만 원, 어린이 1명(〃) 3만 원이다. 예약 문의는 양명용(011-867-4884).


■ 더 둘러볼 만한 주변 명소

- 단항마을 500살 왕후박나무 창선삼천포대교 야경 황홀

해바리마을 초입의 창선·삼천포대교와 마을 뒷산인 대방산의 봉수대, 단항마을 왕후박나무 등도 지나칠 수 없는 볼거리다. 남해군 창선면 단항리와 사천시 대방동을 잇는 창선·삼천포대교는 단항교 창선대교 늑도대교 초양대교 삼천포대교 등 모두 5개의 교량이 제각기 다른 공법과 모양으로 시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 복합교량이다. 전체 길이는 3400m.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자연경관에 화려한 야경까지 뽐내며 2006년 건설교통부와 한국도로교통협회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가운데 최고상인 대상을 차지했다. 특히 강진만을 안고 저물어 가는 노을은 장관이다.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메밀꽃이 초양도와 늑도 곳곳에서 길손을 반긴다.

 
  남해군과 사천시를 잇는 창선·삼천포대교
남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대방산 봉수대(경남도기념물 제248호)도 가볼 만한 곳이다. 이곳 봉수대는 흙과 돌을 함께 섞어 축성한 토석 혼축 방식을 보이고 있다. 1477년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이 봉수대에는 높이 8.6m에 폭 3.6m의 전망대가 남아 있다.

천연기념물 제299호인 단항마을 왕후박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 단항마을 들판 한가운데 위치한 이 왕후박나무는 수령이 500년으로 추산된다. 10여 개의 크고 작은 가지들이 휘어지고 비틀어져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도도한 모습이다.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20여 m의 반원형을 이루고 있다. 여름철에는 수십 명이 함께 쉴 수 있을 만큼 그늘이 넓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는 이 왕후박나무를 주민들은 마을 수호신으로 믿고 있다. 매년 음력 섣달 그믐날에 동제를 올리며 풍어를 기원한다.


# 21만 ㎡ 유자밭, 맛도 일품

해바리마을은 우리나라 유자 시배지라고 불릴 만큼 오랜 재배 역사를 갖고 있다. 이 마을은 유자 재배의 역사가 긴만큼 오래된 유자나무도 많다. 모두 21만 ㎡에 달하는 마을 유자밭의 규모만 보더라도 짐작이 된다.

 
이 마을에서 유자나무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사람은 해바리마을 사무국장 양명용(50·사진) 씨다. 양 씨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2만1000여 ㎡의 유자밭을 11년째 가꾸고 있다. 그는 부산에서 사업을 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고향으로 돌아온 귀농인이다.

양 씨는 지난해 모두 25t의 유자를 생산해 4000만~5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늦가을부터 겨울철에는 가지치기를 하고 봄에는 퇴비를 골고루 뿌려 생산성을 높이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수확한다. 양 씨의 집 마당 입구에는 지난해에 고사한 수령 100여 년의 유자나무 그루터기가 남아 있다. 남해군 내에서 가장 오래된 유자나무로 기록됐던 이 나무가 수년 전부터 가지가 말라 들어가더니 지난 2006년 겨울에 결국 말라 죽어 지금은 흔적만 남게 된 것이다.

양 씨는 "유자는 과피를 먹는 과일이어서 무엇보다도 오염이 없는 친환경적 재배가 중요하다"며 "유자 명소에 걸맞게 우수한 품질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