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는 14일 예술의전당 공연에서 남미의 '흥'과
예술교육의 '기적'을 보여줬다. 베네수엘라 국기가 새겨진 옷을 입고 춤을 추며 연주하는 그들이
내뿜는 열정과 애국심은 바로 그들이 받은 예술교육에서 비롯된다.
전체 인구의 80%가 빈민이라는 베네수엘라에 음악으로 아이들을 치유한 기적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악기를 제공하고, 음악을 가르쳐주는
예술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그것.
영어로 'System'의 뜻을 가진 이 프로그램은 경제학자이자 오르가니스트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그 창시자로, 30여 년 전 빈민촌 아이들 10여 명으로 시작했던 음악 교육원이 이제는 30여
만 명의 음악가를 배출, 120여 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로 성장되어 베네수엘라는 물론 전 세계에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번에 '엘 시스테마'로 탄생한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처음으로 아시아 투어에
나서는 1981년 생의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또한 베네수엘라의 가난한 가정 출신으로,
이 시스템을 통해 음악을 접했고, 지금은 최정상의 지휘자가 됐다.
엘 시스테마 재단은 3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재단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베네수엘라 어린이만
무려 25만명에 이른다. 그들은 이후 베네수엘라 전역에 우후죽순처럼 설립된 125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투입됐을 뿐 아니라 국제무대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그 최초의 사례가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최연소 더블베이스 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스물세 살의 에딕슨 루이스이며, 그 최고의 사례가 내년 LA필하모닉의 최연소 예술 감독으로
임명된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다.
이들은 모두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특히 루이스는 험하기로 악명 높은 카라카스의 빈민가에서
술과 마약을 판매했던 범죄 경력의 소유자다. 엘 시스테마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인생은 지금보다 훨씬
우울하고 어두웠을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엘 시스테마를 지원하는 이유는 단지 음악 교육이라는 근시안적인 목적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차베스 대통령을 찾아가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음악의 잠재력에
대해 누차 설명했으며 아브레우의 예언은 곧 현실로 드러났다. 빈민가의 아이들은 총대신 악기를 들었고
자신이 재소자로 있던 교도소에 나중에는 음악교사가 돼 금의환향했다.
엘 시스테마에 의한 베네수엘라의 사회개혁은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의 순조로운 관계 속에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페데베사로부터 받은 230만 파운드의 지원금으로
'음악 사회활동 센터'를 설립했다. 또 청소년 오케스트라들이 가장 자주 올라서는 무대인
'테아트로 테레사 카레뇨' 역시 정부의 후원금으로 설립된 최고의 인테리어와 음향 설계를 자랑하는 극장이다.
이처럼 행복하고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인재가 발굴되는 것은 당연하며 그런 인재들에게
아바도나 래틀과 같은 거장들이 환호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현재 급속도로 팽창 중인 베네수엘라
음악 인구는 질적, 양적으로 국제 음악계를 점령해 문화적인 영향력을 행사는 수준에 이르렀다.
엘 시스테마에서 교육받고 있는 25만명의 학생들이 모두 제2의 두다멜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음악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 수많은 아이들이 사회의 음지에서 벗어나 양지에 정착했다.
더 나아가 자신이 누린 음악을 다른 이들에게 전파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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