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적 나의 기억에 남아잇는 할머니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눈가를 맴돌고있다.
하얀색 옥양묵 치마저고리에 머리에는 늘 흰수건을 쓰고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날만 새면 온 동네를 다니시던 우리 할머니.
첫손녀라고 그렇게 이뻐해 주시던 그 보습이 너무도 선명하게 눈앞에 떠오른다.
장난감이 귀하던 그 시절.
동네를 다니시다가 병뚜껑이나 떨어진 사기조각들을 왜 그렇게 주어오는지.
치마자락에 하나가득 주어온 물건들은 언제나 나의 차지.
동생들이 있었지만 그것을 가지고 놀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언제나 나만 가지고 노라고 하시니.
어쩌다 동생들이 그걸 만지라치면 호통아니 고함을 쳐서 기여히 못가져 놀게하고
모든걸 나에게만 주셨던 할머니.
약간의 치매로 정신이 온전하지 못했던 할머니는 그저 큰손녀만 기억에 남아잇는지
언제나 모든 물건은 나에게만 주었지.
떨어진 고무공을 주어와서는 아무도 모르게 내손에 꼭 쥐어주시돈 할머니.
그 모습을 보고 동생이 달라고 하면 언제나 소리를 지르면서 동생을 혼내주던 할머니.
엄마가 아칩밥을 해서 방에다 갔다가 놓으면 마당으로 밥상을 던져서 온마당에 밥이 딩굴고.
그 모습을 보고 아버지는 항상 말없이 그 밥상을 정리를 해서 부억에 갔다놓고.
지금생각해보니 엄마가 참 고생이 많았던것같다.
할머니 그 비위를 말없이 다 받아주면서 힘든 시집살이를 해는데.
어느 봄날 밤새 잘 주무시고 날이새면서 돌아가신 할머니.
엄마의 흐느낌이 그때는 왜 그리도 슬프던지.
아마 설움에 겨워서 그렇게 울었는것 같다.
모진 시집 살이를 했으니 더 서러웠을 것을.
삼년을 아침 저녁으로 밥을 해서 올리던 엄마의 그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렇게 엄마를 힘들게 하던 할머니.
지금 생각해보니 치매가 무척이나 심했든것 같다.
대 소변을 받아냈으니....
며칠전 할머니 제사날.
부지런히 집안일을 끝내고 동생집으로 가니 제사상이 차려져있고.
술한잔 올리면서 지난시절 할머니를 생각하니 웃음도 나오고..
못난 손녀가 무엇이 그리도 이뻐서 동네 고물이란 고물은 다 주워서 갔다가 주엇는지.
해마다 제삿날이면 난 늘 참석을 한다.
그렇게라도 해서 못난 손녀딸 노릇이 하고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