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떠나요

세계문화유산 경주 양동마을

민들레@ 2011. 6. 23. 22:52

이언적 태어난 서백당… 건축가 사랑받는 향단… 이야기 많은 양동마을

경북 경주시 양동마을 가보셨습니까. 안동 하회마을과 더불어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마을입니다. 국민대 동양문화디자인연구소(소장 최경란)가 주최한 한·중·일 디자인 콘퍼런스 일환으로 양동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양동마을의 역사와 주요 건축물, 그리고 감상법을 모았습니다. 성균관대 이상해 교수 등 고건축학자들이 함께 쓴 『세계문화유산 경주 양동마을』을 참고했습니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 능선을 타고 잘 보존된 기와집과 초가집이 그림같다. 독특하게 가로 길이가 길게 지어진 건물이 ‘향단’이다.



서백당(書百堂, 중요민속자료 제23호)

서백당

 

서백당은 이탁원 가옥과 함께 양동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살림집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집 가운데 하나입니다. 양동마을에서 가장 위쪽 골짜기인 안골의 깊숙한 곳 경사면에 자리 잡고 있지요. 월성 손씨 큰 종가로 이 마을에서 시조가 된 양민공 손소(1433∼84)가 조선 성종 15년(1484)에 지었다고 합니다. 양민공의 아들 손중돈 선생과 외손인 이언적(1491∼1553) 선생이 이곳에서 태어났고요.

대개 사랑방은 큰 사랑방 대청 건너편에 작은 사랑방을 두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집은 작은 사랑을 모서리 한쪽으로 두어 방과 방이 마주하지 않도록 한 점이 눈에 띕니다. 사랑채 뒤편 정원의 경치 역시 뛰어납니다.

민속자료로 지정될 당시 명칭은 ‘월성손동만씨가옥(月城孫東滿氏家屋)’이었으나, 사랑 대청에 걸린 편액인 ‘서백당(書百堂)’을 따 2007년에 ‘양동 서백당’으로 택호를 변경했습니다. 서백당(書百堂)은 참을 인(忍)자를 100번 쓴다는 의미입니다.

무첨당(無忝堂, 보물 제411호)

여강 이씨의 대종가입니다. 양동마을 내의 여강 이씨 여러 분파를 대표하는 곳으로서 외빈을 접대하고, 문중의 대소사를 이끌어가는 씨족 공동체의 상징적인 공간이죠. 가장 먼저 지어진 살림채에 대해서는 여강 이씨의 양동마을 입향조인 이번(李蕃, 1463~1500)이 지었다는 설과, 그의 아들인 이언적이 지었다는 설이 있는데요, 그중 이언적이 혼인을 하고 관직에 나아가기 전에 분가를 하기 위해 지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집은 살림채, 제청, 사당 등 각각 시기를 달리 해서 지어진 세 채의 건물로 구성돼 있습니다. 모두 각각의 건축 형식에 모범이 되고, 규모에서도 마을 내 다른 집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커서 대종가의 격식이 잘 드러난 곳입니다.

관가정(觀稼亭, 보물 제442호)

관가정

 

관가정은 조선 전기에 활동했던 관리로서 중종 때 청백리로 널리 알려진 우재 손중돈(1463∼1529)이 서백당의 본가에서 분가할 때 지은 살림집입니다. 양동마을의 어느 집보다 서백당의 전통을 잘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손꼽히죠. 손중돈은 차남이었으나 맏형이 자녀도 없이 일찍 세상을 떠나 주손이 되었기 때문에 관가정이 오랫동안 손씨의 대종가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관가정이 처음에는 정자로 지어졌다가, 이후 그 정자를 사랑채로 삼아 1514~16년께 살림집으로 확장되었다는 가설도 나왔습니다.

양동마을의 큰 집들이 대부분 마을 입구나 가운데 길에서 조금 벗어나 골짜기로 들어가 자리하는 것과 달리, 관가정은 마을 입구의 언덕 위에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관가’는 곡식이 자라는 것을 본다는 의미로, 사랑 대청에 올라서면 멀리 너른 농경지가 한눈에 시원하게 내려다보입니다. 집은 살림채와 사당으로 구성되며, 관가정의 사랑채 앞에는 옆으로 누운 큰 향나무가 있습니다. 고택 앞마당에 향나무를 심는 것은 양동마을의 전통이라고 합니다.

향단(香壇, 보물 제412호)

향단

 

한국의 많은 건축가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은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관가정과 더불어 마을 초입에 자리해 양동마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건물이죠. 두 집 모두 앞면의 가로 길이가 9칸입니다. 관가정이 월성 손씨의 상징물이라면 향단은 여강 이씨의 상징물입니다. 향단은 또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평면 구성을 보여주는데, 덕분에 이채로운 공간감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힙니다.

향단이 언제, 어떤 연유로 지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합니다. 그중에서도 조선 성리학의 태두인 회재(晦齋) 이언적이 관직 생활을 하면서 양동을 떠나 있는 동안, 홀로 남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마을에 남은 동생 이언괄을 위해 지었다는 설(說)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두 개의 아주 작은 중정(中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정의 사방을 둘러싸는 건물의 각 면이 서로 다르게 구성돼 있기 때문이지요. 예컨대 안사랑 부분을 중심으로, 한쪽은 부엌과 연결돼 좀 더 여성적이고 내밀한 중정이, 다른 한쪽은 바깥사랑과의 사이에 있어 좀 더 남성적이고 공식적인 중정이 있습니다. 두 중정 사이에 있는 가운데 채에는 이례적으로 큰 방과 대청을 두었는데, 학자들은 바로 이 때문에 회재 이언적이 어머니를 위해 만든 안사랑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지요. 바깥 쪽과 면한 남성용 사랑방이 아니라 어머니를 위해 만든 안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심수정(心水亭, 중요민속자료 제81호)

심수정은 여강 이씨 문중에서 세운 정자로 양동마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정자입니다. 옛 품격을 잘 간직하고 있는 행랑채를 비롯해 건물을 다듬은 기술이 뛰어나 귀한 자료가 되고 있는 곳입니다. 심수정은 1506년께에 처음 지어졌으나, 철종 때 행랑채를 빼고 화재로 모두 타 버렸고, 지금의 집은 1917년 원래 모습을 살려 다시 지은 것이라 합니다.

심수정은 건너편 앞으로 마을 일대의 경관을 바라보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이 특징입니다. 정자를 ‘ㄱ’자 평면으로 구성한 것은 정자에서 여강 이씨 종택인 무첨당과 향단을 바라보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심수정은 학문도 하고 휴식도 취하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ㄱ’자로 꺾이는 모서리를 끼고 대청이 서쪽으로 1칸, 남쪽으로 2칸에 이르도록 넓게 조성돼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매우 역동적으로 만나죠.

심수정 함허루 누마루에 오르면 확 트인 기둥 사이의 공간으로 향단 일대의 경관을 볼 수 있는데, 함허루 누마루에서 향단이 있는 서쪽으로 해가 지는 풍경은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수운정(水雲亭, 중요민속자료 제80호)

수운정은 월성 손씨 가문에서 세운 정자로, 양동마을에 있지만 마을 안에서 찾기 어려운 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양동마을이 ‘물(勿)’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수운정은 가장 왼쪽 획에 해당하는 산줄기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요. 양동마을의 정자 가운데 가장 경관이 뛰어난 곳이라는 평가도 있죠. 정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국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요. 수운정은 우재(愚齋) 손중돈(1463~1529)의 증손인 청허재(淸虛齋) 손업(1544~1600)이 1582년께 세운 것입니다.


월성 손씨·여강 이씨 500년 집성촌…현재 135가구 371명이 살고 있어요

Q 양동마을은 어떤 곳입니까.
A “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에 있는 곳으로,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두 가문이 500년 넘게 대대로 살아온 마을입니다. 현재의 양동마을이 이뤄진 것은 양민공 손소(1433~84)가 양동으로 장가와서 처가 마을에서 살면서부터입니다. 손소에 이어 그의 사위가 된 찬성공 이번(1463~1500)도 양동의 처가로 옮겨와 그의 후손들이 처가 마을에 살면서 손씨와 이씨의 집성촌이 된 곳이에요.”

Q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는데요.
A “양동마을과 하회마을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의 하나에 속하고, 가장 격식 높은 문화유산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씨족 마을의 유형을 대표하고, 마을과 건축의 완성도와 아름다움이 잘 유지되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된 것입니다.”

Q 마을 좋은 터 곳곳에 아름다운 집들이 자리 잡게 된 배경이 있나요.
A “손씨와 이씨가 서로 좋은 곳에 터를 잡아 집을 지었습니다. 먼저 마을로 들어온 손씨가 안골 깊숙이 터를 잡아 지은 곳이 서백당이고, 이씨는 손씨 대종가에서 바로 보이지 않는 곳에 무첨당을 지었죠. 손씨 집안에서 마을 어귀에 관가정을 지으면, 이씨 집에서는 관가정과 작은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향단을 세웠고요. 손씨가 학문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수운정을 지으면, 이씨도 그에 버금가는 심수정을 세웠습니다. 서당 안락정과 강학당도 각각 손씨와 이씨 가문이 경쟁하듯 세웠습니다.”

Q 기와집과 초가집이 섞여 있는데요.
A “양반과 상민이 가까이에 살았기 때문이죠. 중국의 종족 마을이나 일본의 전통 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형식입니다. 종가가 지형적으로 가장 높게 자리하고, 바깥으로 상민들의 주거지가 둘러싸는 구조입니다. 초가집 중 일부는 과거에 상민이나 노비가 살던 집입니다.”

Q 인구는 몇 명이고, 몇 개의 건축물이 있습니까.
A “2010년 8월 말 현재 전체 135구에 371명이 살고, 기와집 200동, 초가집 180동 모두 486동의 건축물이 있습니다. 낙선당, 사호당 고택, 상춘헌 고택, 근암고택, 창은정사, 수졸당, 양졸정, 두곡고택, 대성헌, 이향정, 안락정, 경산서당 등도 둘러보세요.”

양동마을 필수 관람 10선

1 성주봉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풍경
2 관가정에서 바라보는 저녁 노을
3 무첨당 마루에서 듣는 자연의 소리
4 경산서당에서 수졸당 가는 길의 소나무 숲길
5 서백당에서 보는 웅장한 향나무와 아늑한 사랑 마당
6 양동 뜰에서 보이는 물봉골의 부드러운 능선 풍경
7 사호당·사춘원과 근암고택으로 가는 지그재그 경사길 풍경
8 양졸정 계단에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
9 마당으로 활짝 열려 있는 서백당의 사랑채 풍경
10 심수정 함허루에서 앉아 바라보는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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