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일상

연분흥색 잠옷이야기(2)

민들레@ 2013. 1. 4. 10:58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직장에 출근하기전에 시댁에 인사를 다녀와야 하기에

내려갈 준비를 하는데

잠옷을 가져가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아닌 고민을 하고 있으니

울신랑.

 

잠옷을 가져가라고 한다.

잠자리날개같은 연분흥색 잠옷을 기방에 고이모시고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진주로 내려가니

그 넘의 열차가 무궁화호라

기차역마다 열차가 서는데

2월이라 날씨는 춥지

요즘처럼 난방이 잘되는것도 아니고

유리창틈으로 찬바람이 설설설 들어오는데

추워서 얼어 죽는줄 알았네.

 

진주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또 한시간을 넘게 가니

거기가 우리시댁..

그때는 왜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던지..

 

사건은 다음날 아침에 터지고..

시골이라 장작불로 군불을 때어도

방에 위풍이 어찌나 센지..

 

그 넘의 속살이 다 보이는 연분흥색 잠웃을 입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블이 옥양목천에 풀까지 입혔으니

몸에 닿는 그 느낌이 어찌나 차가운지

하룻밤을 뒤척이면서

날을 새는가 하다가

새벽녁에야 잠이들었는데

이넘의 며느리라는것이 해가 충천에 떠올랐는데도

일어날 생각은 안하고 누워자니

우리어머님 얼마나 한심했을꼬.

 

잠결에 꺠우는 소리가 들려

눈을 뜨니 신랑.

일어나라고 꺠우네.

 

잠결에 일어나 분흥색 잠옷을 그대로 입고 방물을 열고나가니.

마당에 서있던 아버님과 시숙님이

엉겹결에 바라보고

웃으시네..

 

나참..

그떄만 해도 우리시댁은 방문만 열면

바로 마루가 나오고

마당이 바로보이는 전형적인 시골집.

 

울신랑 기가막히는지

얼른 옷갈아 입고 나가라고 눈짓에 손짓에

곤욕을 치루고..ㅎㅎㅎ.

 

그 다음날 부터는 절대로 분흥색 잠웃을 입고자지 않았다는 사실..

청바지에 티를 입고

잠을 잤다는 사실..

 

울 시어머님한데 한말씀 듣고.

여기는 시골이니 조심하라고 ..ㅎㅎㅎ.

 

그  다음부터 시댁에 갈때면

바지를 가지고 가서 잠옷대용으로 입고잤다는 사실.

 

 

그래도 철없던 그시절이 참으로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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