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바라보니 눈이 부실정도로 맑고 곱다.뽀얀 구름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이리딩굴 저리딩굴 서로의 몸을 부비듯
넓고푸른 창공에서 가을하늘 운동회를 즐기고 있는날!
우수수 불어오는 산속바람에 온몸을 떨듯 굴참나무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부시시 눈을 뜬 늦잠꾸러기 굴참나무의 아침인사..긴 기지개를 켜듯 넓고 푸른 잎사귀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밤사이 얼룩진 얼굴에 세수를 한다..푸석거리는 잎새의 바람에 옷 매무새를 고치듯
살랑거리는 몸짓으로 고운 아침을 맞이한다..
어디선 왔는가?
청설모 한마리가 제빠르게 나무등을 타고 이나무 저나무 를 건너다니면서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분주한 아침을 맞는날..외국에서 들어온 청설모가 우리의 보석과도 같은 다람쥐를 잡아먹는다고
생각 을 하니 그저 이쁘기만 한것도 아닌걸..
어디서 들려오는소리인가..툭하고 떨어지는 도토리 한알.
수풀속으로 댕그러니 떨어져서 자기몸을 감추고 인고의 시간이 흐른뒤 싹을 틔우고 잎을 돋구어서
이 수풀속에 주인으로 거듭날려는지..떨어진 수풀속을 아무리 뒤져도 사악한 인간들의 눈을 피해서 꼭꼭 숨어있는
작고 반들거리는 도토리 한알이 내눈을 벗어나서 수풀속에 몸을 감추었다..
그래 도토리야!. 어느님의 손길에도 잡히지말고 꼭꼭숨어 있다가 꽃피는 봄날
작은몸 일으켜서 능선깊은 골짜기 어느 마을에 오손도손 도토리 가족을 만들려보렴..
꽃이피는 봄날에는 연두잎 잎을피워 하늘가 푸른곳에 그늘을 만들어 주렴..세찬장마 물아치는 유월장마 때는
꼴깔모자 깊이쓰고 소낙비 피해서 너의 육신을 보호하고.
만추의 가을날 검게익은 너의알몸 햇살좋은 곳에 잘말리고 말려서..
솜사탕 같은 흰눈이 천지를 덮을때 어느님의 안방에서 희노애락 즐기면서
너의 일생을 노래하려므나..
푸드득 까치한마리 날개를 접고 크고 커다란 눈을 껍뻑이면 조심스러이 나무둥지 벌레들을 잡아먹는날!
짖꿋은 도토리 한알이 댕구르르 까치앞으로 떨어지니
흠짓 놀라는 둥치큰 까치의 모습..
산속도토리들 사람손을 피해서 이리저리 숨바꼭질을 한다..
어디어디 숨을까 도토리 키재기를 하듯 오늘도 무심한 산속에 가을날 해가 저만치 길게 늘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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