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도시락의 합창소리
달그락 달그락
빈도시락에서 들리는 합창소리가
어둠이 내리는 하교길에 길동무를 한다.
하루종일 갈탄 냄새가 풍기는 난로위에서
뜨거움도 무름쓰고
알알이 뭉쳐있는 밥알들을
온몸으로 데펴주는
사각의 양은도시락이 오늘따라 더욱 거세게
나의 허리춤을 파고든다.
책가방 한모통이에 자리잡고
떄로는 김치국물에 온몸이 젖어
책마다 김치물이 스며들때면
애꿋은 도시락만 만지작 거렸다.
언제들어도 정겨운 그소리
숫가락과 젓가락이 부디칠때면
요란하게 들려오는 그 소리가
어둠이 내리는 그길을 뛰어갈때면
너무도 크게 들렸던 젓가락 장단.
찌그러지고 누렇게 변해서
볼품이 없지만
너와 지낸 그 시간이 참으로 좋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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